팥양갱의 《앙금한 마음들》입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앙금한 마음들》, 오늘은 출판사 결 김규열, 주제 아로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언제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김규열
출판사 결을 운영하며, 세상과 어우러지는 도서를 만들어갑니다.
|
|
|
죽은 사람에게
안녕. 대부분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처음과 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안녕이라는 인사말은 누구에게 건네든 왜 이렇게 진부하게만 느껴질까. 어색한 인사를 시작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을 곧장 꺼내지 못하고 날씨나 근황 같은 멋쩍은 말들을 늘어놓을 게 뻔하지. 그러나 편지는 존재 자체로 반전. 동봉된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젖히면 편지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까. 그런 마음을 선사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맴도는 생각들은 언제나 나를 화려한 편지지 코너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나 오늘도 너에게 편지를 쓰네. 너에게 쓰는 편지이지만 너에게 전할지 말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렸지. 이 편지를 전하지 않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하고 싶어도 전할 사람이 이 세상에 없으니까. 편지를 전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전하지 않는다, 내가 전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이젠 부고 연락이 무섭다. 장례식장으로 향하기 겁이 난다. 그래서 가끔은 가야만 하는 자리마저 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마주할 여러 층위의 슬픔이 두려워서 바보처럼 위로를 끝내 전하지 못했다. 그들을 보면 어린 내가 보여서. 어린 나를 보듬어주고 싶지만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혹은 괜히 주제 넘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곁에 있어주는 일이 가장 큰 위로임을 알면서도. 남의 장례식을 생각하면 네가 생각나다가 마음이 얼어붙는다.
장례는 미련이 많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풍습 같아. 동의해? 죽은 사람을 단숨에 떠나보내지 못해 관을 짜고 향을 피우고 삼 일을 지새운다. 삼 일을 지새우며 함께 웃고 운 시간 끝에는 죽은 사람에게 새로운 형태를 부여한다. 흙을 파고, 묻고, 덮고. 관을 태우고, 쓸고, 담고, 닫고. 동봉된 편지지처럼 덮이고 닫힌 세계는 마치 전하지 않을 편지 같고.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멀찍이 바라보는 것이 추모의 방식이라면, 이 또한 사랑. 사랑하면 보고 싶다. 볼 수 없다면 그립다. 볼 수 없는데 한없이 그립기만 한다면 어떡하지. 그렇게 사람은 세계의 바깥으로 나아간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해결되지 않는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도 그랬지. 너를 사랑해서, 그리워해서, 태우고, 쓸고, 담고, 닫는 과정을 함께했지. 그리고는 믿게 되었어. 변한 건 시간밖에 없다고. 정말 시간밖에. 시들지 않는 마음. 한 뼘이라도 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런 마음을 굴려가며 나 아직까지 이 세계를 배회한다.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것의 마음.
너를 잃고 많은 걸 배웠다. 어쩌면 배우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모조리. 어쩌면 언젠가 알게 될 것들을 남들보다 빨리. 너를 원망하던 시절을 지나고 나니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너무 보고 싶어.
|
|
|
mof. 주제 너머의 것을 발견합니다
출판사 주제
아로
『영원처럼 멀어지는』
『사랑이 창백할 수도 있지』 『이렇게 새벽을 표류하다 아침을 맞이하겠지』 『어떤 표정은 다시 지을 수 없습니다』
|
|
|
무의미의 의미
레터 순서는 눈 깜짝할 새에 돌아와요. 원고를 작성해 보낼 때면 ‘다음 글에는 꼭 의미 있는 일상을 적어 보내야지.’라는 다짐을 하곤 해요. 일상에 꼭 의미가 있어야만 값진 것은 아니지만, 독자가 있는 글에서만큼은 조금 멋있어 보이고 싶은가 봐요.
제가 졸업한 대학교는 ‘읍’도 아니고 ‘면’도 아니고 ‘리’에 있었어요. 얼마나 ‘리’였냐면, 주말 아침이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안내 방송이 나오는 정말 작은 ‘리’였어요. “ㅇㅇ리 주민 여러분. 이장입니다….” 안내 방송의 내용은 주로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내용이었어요.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니, 오늘은 안개가 끼었으니… 덕분에 저도 그날의 날씨를 조금은 더 신경 썼던 것 같기도 해요.
마을의 논과 밭을 조금 벗어나면 학생들이 자취하는 원룸촌이 있었고, 그 인근엔 식당 몇 개와 편의점이 두어 개 정도 있었어요. 밤이면 편의점 테라스에 모여 앉아 노상을 하곤 했는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고, 올 사람은 와서 다시 자리를 채우는. 주말이면 해가 뜰 때까지 자리가 이어졌던 것 같아요. 그때 편의점 앞에서 다 미지근해져 버린 캔맥주를 마시며 나눴던 대화들이 저를 살아내게 했던 것 같아요. 불안정한 삶과 조금 더 불안정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인 것을 꼭 찾아내고 말았거든요. 희망이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었지만, 거창하지 않은 것도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우리는 다행을 느꼈던 것 같아요.
때때로 고민에 대한 답은 질문 안에 있어요. “다 무의미한 것 같아. 이런 게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의 말에 가만히 맥주만 홀짝이던 친구가 답했어요. “무의미의 의미는 무의미하다는 데에 있어.” 무의미의 의미는 무의미라는 말은, 결국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무의미에도 가치가 있다는 말로 이해되기도 하면서, 무의미하다고 느껴진 것에 끝까지 매달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무의미한 것은 무의미하다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요.
꼭 ‘의미 있는 일상’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은 하릴없이 흘려보내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하루를 선명하게 새기고 싶은 창작자의 욕망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의미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감정을 잘 솎아 내다 보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이것이 무의미의 가치인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철학오타쿠 친구에게 털어놓는다면 그 친구는 아마도 이렇게 얘기할 것 같아요. “걍 대충 살어.”라고요.
드르륵. 탁. 가끔은 편의점 앞에 두루 모여 그때처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무의미가 어떻고, 유의미가 어떻고… 맥주가 다 미지근해질 때까지요. 우리, 어떤 방식으로든 희망을 찾아요. 나의 무가치함을 증명하기보다, 무의미의 가치를 증명해 버려요.
다음 글에는 정말로 의미 있는 일상을 적어 보내고 싶어요. 무의미의 의미가 무의미하다는 데에 있다면, 그것 나름 의미가 될 거예요. |
|
|
[신간] 고명재, 김복희, 김선오, 김현, 안미옥 산문 앤솔로지 『몸의 모든 기억』
출판사 결에서 선보이는 앤솔로지 시리즈 ‘여백과 결’은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한다. 여백은 빈 상태이지만, 언제든 가득 찰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며, 그 세계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독자의 시선으로 완성된다.
‘여백과 결’ 두 번째 도서 『몸의 모든 기억』에는 고명재, 김복희, 김선오, 김현, 안미옥 시인이 각기 다른 신체 부위를 부여받아 몸에 관해 써 내려간 산문이 담겨 있다. 손, 발, 눈, 입, 귀로 이뤄진 신체 부위는 단지 몸을 구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억을 길어 올리는 감각의 통로로 다시 태어난다. 스물일곱 개의 손뼈마다 사랑이 깃든 손, 발길 닿는 대로 나아가 마주한 장면과 생각을 그러모으는 발, 렌즈라는 또 다른 눈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흔적과 마주하는 눈, 다른 존재의 입을 헤아려보다가 자신의 말과 침묵의 경계를 가늠하는 입, 영혼과 영혼을 잇는 통로가 되어주는 귀까지. 다섯 가지 신체 부위에 관한 은밀한 기억은 하나의 몸으로, 한 권의 책으로 포개어진다. 그 포개어짐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몸의 감각을 더욱 또렷하게 되살린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몸 구석구석에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기억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몸은 오랫동안 나를 기억해온 가장 정직한 증인이니까.
───────────────────────
『몸의 모든 기억』 지은이 | 고명재 김복희 김선오 김현 안미옥 편집 | 김규열 디자인 | 김규열 표지 그림 | 김하래 발행일 | 2026년 6월 26일
───────────────────────
📍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를 비롯한 독립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
|
|
“너랑 나랑 모두 모여, 우리 시절해”
7월 20일, 시절의 세 번째 생일을 맞아 3일 동안 팝업이 열립니다. 이름하여 “시절해”!
3년간 열 종의 도서를 펴내며 많은 독자들과 만나왔지만, 아직 펼치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도 있을 텝니다. 찬찬히 시절 도서와 만날 수 있도록 3일 동안 생일잔치를 겸해 미니 팝업을 여니 편히 들러주세요.
시절이 펴낸 열 종의 도서를 비롯, “시절해” 배지와 편집자의 편지를 만나보아요!
*시절 도서 구매 시 “시절해” 배지 증정
*시절 인스타그램 팔로우 시 편집자의 편지 증정
일시 | 7월 19일(일) - 21일(화) 3일간 오후 1시 - 7시
장소 | 스토리지북앤필름 로터리점(서울시 용산구 신흥로36길 5, 1층)
*해방촌점이 아닌, 108계단 아래 로터리점입니다. 3일 내내 시절 대표가 책방을 지키고 있답니다 :) |
|
|
이상하리만치 오래가는 펫로스에 관한 책,
최유정 작가의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의 북펀딩을 오는 7월 22일까지 알라딘을 통해 진행합니다!
북펀딩 기간 | ~ 7월 22일 알라딘 북펀딩 |
|
|
팥양갱은 여러분의 제안을 환영합니다. patyanggangs@gmail.com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