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도 하기 전부터 폭염 소식을 들었던 탓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여름이면 꼭 두통을 달고 사는 터라 무더위를 대비한 진통제는 물론이고, 땀을 닦을 손수건도 넉넉하게 챙겼습니다. 와중에 추위도 잘 타서 에어컨 바람을 막아줄 얇은 겉옷도 챙겼습니다. 새삼, 작열하는 여름을 잘 나기 위해서는 참 많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에 가본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입니다. 입국 수속을 밟을 때에, 앞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를 잘 보고 따라 해야 하는데 혹시나 놓쳐버릴까 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토끼 눈을 한 채로 입국장 직원분들께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몇 번 웅얼댔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여행의 시작은 그 웅얼거림에서부터 였을 겁니다.
일본에 도착해서는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환전해간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오류가 났고, 가려고 예정해두었던 바지락 덮밥 전문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여행 경비를 담당한 친구가 무척이나 곤란해하기에, ‘정 안 되면 편의점에서 밥 먹자’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친구에게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우리 싸우지 말자. 덥다고 짜증 내지 말자.” 서로 격려해가며 문제를 문제로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보기도 했습니다. 무언가를 그르쳤다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일이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테지만, ‘우리’의 일에서라면 그 부담감은 꼭 철근 같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를 안심 시키고 싶었습니다. 다른 방법이야 얼마든 있다고, 우리가 함께라면 근사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때, 마법 같은 주문을 찾았습니다.
“이런 게 여행이지!”
그러자 모든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두려움보다는 왜인지 모를 흥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여행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덜컥 주문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 적도 있고, 한참을 걷느라 발에 물집이 잔뜩 잡히기도 했고, 그 물집이 다 터져버리는 바람에 걷는 것조차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 시간 삼십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수플레 케이크 때문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런 게 여행이지’라는 말이면 조금 더 참아 볼 만했습니다.(아무리 그래도 수플레 케이크가 한시간 삼십분이 걸려 나온 것은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참 여행스럽게도 우리는 현금 인출에 성공했고, 인근의 다른 식당에서 ‘바지락 덮밥’과 ‘바지락 국밥’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 없던 음식이라서 흥미롭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오물거렸습니다. 오래 배를 곯은 후에 먹은 식사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오츠카레사마데시타(お疲れ様でした)! 미리 외워 온 인사를 건네며 식당을 나서려던 순간, 식당 직원분께서 “니혼고(…) 죠즈(…)”라고 하시며 일본어를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아본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 이방인의 마음을 저는 오래 그리워했습니다. 주말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새 마음으로 도쿄 거리를 걷고, 헤프게 셔터를 누르고, 친절한 인사말을 아낌없이 건넸습니다. 종일 두 눈을 반짝이며 물집이 다 터진 발바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저 앞에 보이는 푸딩 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고생한 기억마저 모험이 되는 것. 이런 게 여행이지.
서울보다 조금 이르게 여름을 겪고 오니 이번 여름을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마음이 차오릅니다. 든든하고, 안심이 됩니다.
お疲れ様でした! またお会いしましょう!
수고 많으셨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 몇 장 남기며,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