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지난 주말 수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했다. 일러스트 행사안에서 작은 구획을 독립출판 코너로 할애한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사흘간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였다.
행사를 여러 해 동안 나가다 보니, 어느 날에는 관성처럼 부스를 꾸미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이번 행사가 그랬다. 나고 자란 수원에서 하는 행사라는 이유로 별생각 없이 행사에 참가 신청을 했고,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다 보니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았다. 하던 대로, 그렇게 하면 되는 줄로 알았다.
막상 행사장에 가보니 독립출판 부스들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일러스트 행사장은 화려하디화려하게 부스를 꾸며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정작 나는 달랑 책 몇 권 들고나와 매대를 세우고 손님들이 오면 알아서 텍스트를 읽고 그것에 마음이 동하여 책을 펼쳐볼 거라고 예상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절로 나아지는 건 아니구나. 경력이 쌓인다고 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구나. 책을 슬쩍 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보고자 책의 배치를 연신 바꿔보기도 하였다.
금요일엔 특히 손님이 적었는데, 이렇게 조용한 행사장에 있다 보면 이따금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내 창작물이 별론가, 라는 일희일비하는 마음에 쉽게 잠식되고 만다. 그런 스스로를 조소하면서 머리를 식힐 겸 일러스트 페어 쪽을 크게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기는 강아지, 저기는 고양이…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강아지… 이건 너무 귀엽고,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큰 행사장의 반절 가까운 공간을 흘겨보며 지나가고 있는 날 발견했다. 주마간산으로 지나친 것들에서 나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머물지 않는데, 나에게 무엇이 머물겠는지.”
그때 문득 이규리 시인의 시구절이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그러는구나. 아, 나도 누군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있구나. 흘겨보는 눈으로는 타인의 마음을 볼 수 없다. 스치는 걸음으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