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걸로 벌어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이걸로 벌어먹고살려면 생계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구 부딪힙니다. 최근에 진행된 책 행사들을 보고,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잘한다’에 나는 해당되지 않는 것만 같아서 조금 작아지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창작물을 설명할 때 눈을 빛내는 사람을 보고는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그것인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는 것 말입니다.
거기에서 오는 격차를 실감합니다. ‘창작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생각들은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 안 좋은 생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독립서점 두어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통이 끊긴 책이 있습니다. 어느 서점에 입고했었는지, 정산은 다 진행됐는지 같은 건 기억하지 않습니다. 물론 메일함을 뒤적여보면 과거에 나눈 대화 이력들이 쉽게 나올 테지만, 지금은 영 그런 걸 할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의지가 생기질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바래가는 듯합니다.
방 한구석에 높이 쌓인 책을 보고 있으면 ‘악성 재고’라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모서리만 간신히 차지하고 있는 그 책을 ‘악성’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골칫덩이로 여기는 데에는 뻔한 죄책감이 듭니다. ‘마음을 꾹꾹 담아 낸 책을 어떻게 골칫덩이 취급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창작자의 자아가 나를 마구 질타해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 꼭 희망적인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타고 남은 작은 불씨를 뒤늦게 발견한 기분. 이 죄책감은 사실 타고 남은 열정의 작은 불씨인 것은 아닌지 작게 기대해봅니다.
새로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입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책상에 앉아 집중하려면 준비 시간이 듭니다. 해야지. 해내야지.라는 다짐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의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합니다. 이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짜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들을 말입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공중에 떠다니는 생각은 참 많은데, 손에 쥐려니 잡히질 않습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테지만 지금은 사랑도 사람도 너무나 무겁게 느껴집니다. 내가 그것들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듭니다.
막막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가만히 바닥을 응시한 채 깊이 고민에 잠깁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옳은진 모르지만 우선 발을 내딛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는 생각으로 해내고야 마는 일입니다.
다시 힘차게 발을 내딛습니다.
멀리, 타고 남은 불씨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