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양갱의 《앙금한 마음들》입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앙금한 마음들》, 오늘은 책편사 택민 디어마이리더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언제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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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즐기지 않습니다
매일 새벽 사색을 당합니다
책편사
이택민
『고민 한 두름』 『갈 데가 있어서요』 『불안 한 톳』 『라이딩 모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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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재회
고1 때 담임선생님이 내 소식을 살펴봐주시곤 여의도에서 열리는 북페어에 찾아와주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기억이 따뜻하거나 아름다운 편이 아닙니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동창들과 풋살팀을 꾸려 매주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의 경조사를 챙겨주는 사이이지만, 완만해진 교우관계는 달리 당시의 저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중을 다닐 시절에는 동물의 왕국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작은 가젤에 불과했고요. 실제로도 체격이 왜소한 편이었으니, 사자와 치타, 코끼리와 기린, 코뿔소와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점점 작아져만 갔었지요.
사춘기에 가정사까지 겹친 중학교 3년은 지금까지도 제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철없던 마음으로는 차라리 커다란 파도 같은 아픔이 나를 덮쳐줬으면, 나를 굴복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나아가는 일에도, 무너지는 일에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던 시절입니다. 그때 형성된 마음이 여전히 작용합니다. 회피하고 쉬이 발을 내디디지 못하는 성정은 당시의 생겨난 오래된 습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머리가 조금 커져서인지, 생각이란 걸 하게 됐고 자아라는 게 생겨났습니다. 원체 느린 사람이라 자아 형성이 조금은 늦은 셈이었지요.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최우선이었으므로 공부는 잘하지 못했습니다. 특출한 부분이 없는, 크게 말썽을 피우지 않는 ‘학생 1’ 정도였지요. 저는 그 시절을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때 만난 담임 선생님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에서 끝없이 방황을 일삼고 있는 저를 바로잡아주려 애써주었습니다. 친구와 다투었을 때에도 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믿어주었지요. 야간 자율학습을 빼려는 뻔한 거짓말을 몇 번 눈감아주었을지도요. 고1 때 담임선생님을 고3 때 만났더라면, 저는 제법 다른 길로 들어섰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살펴준 진정한 교육자이셨지요.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감상이 미화된 건 아닙니다. 당시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의견이었는데, 개인적으로도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입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3년이 지나, 제자가 있는 공간으로 찾아와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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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민아! 나 기억해? 나 누군지 알겠어?”
디어마이리더 북페어 행사의 반환점을 돈 시점, 월요일 오전 누군가 운영 부스 앞으로 성큼 다가와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순간 얼어붙은 저는 멍하니 그의 이목구비를 살폈고 이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일순 저의 시간은 16년 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당황한 채 어, 어, 선생님, 하면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만큼의 시간을 거슬러 그의 품에 안겼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운동장을 돌아가 보면 작아 보인다고 했었나요. 선생님의 품은 그때에도 지금에도 여전히 바다처럼 넓었습니다.
그간 선생님은 두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수원에서 남양주로 학교를 옮기어 현재는 휴직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목소리와 얼굴은 그때 그대로인 것만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여쭙자, 우연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북페어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공교스럽게도 선생님의 과목은 국어다), 그 첫머리에서 책편사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여 서프라이즈로 제자의 행사를 찾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독립출판물을 펴내었을 때 그에게 소식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자 국어선생님이었던 그에게 저의 문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때 선생님은 귀한 책을 선물로 받을 순 없다며 직접 사서 읽어보겠다고 하였고, 그렇게 짧은 안부를 나눈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는 양손 가득 간식과 커피를 챙겨와주었고 그 안에는 편지도 있으니 꼭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와 한참 동안 두 손을 부여잡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인들과 함께 제 책을 한껏 구매해 주었고, 북페어까지 잘 즐기다 돌아가셨습니다.
그가 떠난 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숨 돌릴 틈이 되었을 때 편지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줄 내려가지 않아 온몸을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무릎을 꿇고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제자를 보러 간다는 설렘에 잠 못 이루며 적어낸 세 장짜리의 손편지를 읽을 땐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 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멀리서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너무 슬퍼서 울었습니다. 그런 저를 동료들은 말없이 토닥토닥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때의 눈물은 조금 뜨거웠고, 눈물을 쏟아내고 난 뒤에 마음은 조금 시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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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짓글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고 1 때 수줍게 덧니를 보이며 웃던, 축구를 잘하던, 쓰레기통 담당일 때 비닐류를 분리해서 배출하려던 유일한 아이. 선생님 기억엔 우리 택민이를 떠올리면 ‘소심’보다는 ‘소신’이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책을 꾸준히 쓰는 단단한 작가님이 된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런 자질이 있었단 생각도 들었는데. 글들을 보니 넌 스스로 소심하고 잘 휘둘리고 눈치도 많이 봤다고 학창 시절을 떠올리더구나. 쌤은 우리 택민이를 이런저런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만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 아이라고 봤는데, 내가 잘 잘 본 건지, 네가 포커페이스를 잘한 건지. 아무튼 지금은 ‘문장을 쉽게 대하고 싶지 않은’ 작가님이 됐으니 꽤 괜찮은 어른이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서 쌤은 너무 기쁘단다.”
편지를 쓰는 내내 저를 ‘우리 택민이’라고 칭하는 그를 떠올렸습니다. 이제는 치아를 교정해서 덧니도 없고, 축구를 곧잘 하지도 못하지만 그날 아침 행사장에 쌓인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곤 했으니, 십수 년 전의 나도 오늘처럼 손으로 쓰레기를 휘젓고 있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의 어떤 면을 스스로 소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른 품의 어른이 보기에는 그게 소신이었나 봅니다. 자기 부정으로 내면을 갉아먹었던 시절이라 여겨 왔는데, 그래서 학창 시절의 기억을 지우려 애쓰며 아름답지 않았던 시절이라 애써 부정하려 했던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누군가와 1년만 연락이 끊겨도 상대와 멀어졌다고 여겨왔습니다. 카카오톡 친구 프로필을 숨김으로 바꾸며 나와는 관계 없어진 사람처럼 취급하곤 했지요. 마치 지난 사계절 동안 입지 않은 옷은 영원히 입지 않을 거라고 치부하며 쉽게 헌옷수거함에 버렸던 것처럼요. 그런데 반해, 13년이 지나 가슴속에 남은 미안함을 가지고 누군가를 찾아가는 마음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저의 눈앞에 당도하기까지의 발걸음을 떠올려봅니다. 그 발걸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그렇지 못한 저는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가요.
16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16년이 흘러 지금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제게 가르침을 나누어 줍니다. 그의 나눔 덕분에 누군가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일이 커다란 용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따금 그 마음을 편지로 표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가르침과 사랑을 또 다른 이에게 나누고 싶어진 것처럼, 그 마음을 받은 이 또한 저와 같은 마음으로 또 다른 이에게 마음을 표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은 더 따스해지지 않을까요.
나미경 선생님, 고맙습니다.
2026년 4월 14일 화요일 수일고 1학년 이택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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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산문집 『살아 도움닫기』
삶이 끊임없는 높이뛰기의 연속이라면, 더 높이 뛰어야 한다고 강요받는 세상이라면, 중요한 것은 도약의 순간이 아니라 그 앞의 몇 걸음일지 모른다. 숨을 고르고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전의 순간. 김민지 시인의 네 번째 산문집 『살아 도움닫기』는 바로 그 시간을 담고 있다.
김민지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생활 속에서 문득 멈추어 서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다 멈추는 일, 스스로를 들여다보다 씁쓸하게 웃어버리는 일, 돌아보며 돌보려 하지만 번번이 어긋나는 일들. 멈추어 서고, 돌아보고, 다시 발을 딛는 몇 걸음의 구간에서 김민지는 ‘시인’이라기보다 ‘생활인’에 가깝다. 일하고, 관계 속에서 흔들리고, 사소한 일 앞에서도 오래 생각한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비켜 바라보며, 지나치기 쉬운 장면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살아야만 도움닫기를 시도할 수 있고, 살아서만 도움닫기가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생활인 김민지가 살아가기 위해 내딛는 도움닫기다. 높이가 아니라 멀리 나아가기 위한 살아 도움닫기.
📍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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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당신이 가진 스몰토크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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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는 어떤 상황을 잘 지나고 싶을 때, 타인과의 시간이 무료할 때, 관계를 좋게 이끌어가고자 할 때 등 다양한 생활에서 쓰이는 언어입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관계와 상황을 이어 나가는 일. 그 시작에는 늘 “스몰토크”가 있지요. 하나둘 모인 사람들이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회를 꾸리는 과정의 출발점이 바로 저희가 집중하려는 지점입니다. 그 귀한 장면과 문장을 직접 관찰하고자 스몰토크를 수집합니다.
시절에서 출간할 새로운 앤솔러지 기획의 일환으로, "스몰토크"에 관한 여러분의 이야기를 수집하오니 아래 링크를 통해 당신의 스몰토크를 기록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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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양갱은 여러분의 제안을 환영합니다. patyanggang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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