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당혹스럽긴 하지만
“혹시 유튜브 하시나요?”
“인스타그램 아이디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일을 하다 보면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정체성을 드러내야만 하는 때를 마주하곤 해요. 요즘 들어 더 그런 것 같아요. ’퀴어’라는 소수자성을 드러낸 채로 책을 내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뒤통수부터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한 긴장을 느끼고는 해요. 이십 대 초반에 정체화를 한 이후로 최근까지도 커밍아웃을 해오고 있지만, 왜인지 내가 나서서 고백을 하는 것과 누군가가 물어서 답하는 일은 아주 다른 일처럼 느껴져요.
최근에는 오래 쉬었던 유튜브 계정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 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점심시간에 두루 모여 제 영상을 시청해 줬다는 자랑도 들었어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제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던 친구에게도 유튜브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어요. 조금 뻣뻣해진 기분으로 그 친구의 눈치를 살피자, “영상 이미 다 봤죠.”라고 그 친구는 말하더라고요. ‘네가 퀴어인데 어쩌라고?’ 싶은 눈을 하고서요.
“괜찮아요?”,
“불편해졌다거나 하진 않아요?”
제 물음에 그 친구는 덤덤한 얼굴로 “전혀요.”라고 시니컬하게 답했어요. 귀까지 빨개진 채로 저는, “다행이에요.”라고 말했고요.
이게 참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계속해서 대면 행사에 참여할 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일을 지속할 텐데, 의도치 않은 고백을 이렇게 매번 낯설어할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쪼그라드는 저를 보면서도 독자, 구독자분들께서는 저를 보고 힘을 얻는다 말씀해 주세요. “아로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을 얻어요.”라고요.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무한한 응원을 받으며 생각하는 건, ‘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되고 싶다’라는 거예요. 나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내고야 말겠다. 라고요.
처음 유튜브 영상을 올렸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어요. 나 같은 사람들이 더 있겠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 주말 저녁이면 이불 속으로 숨어 휴대폰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겠지.
하지만 유튜브 영상을 하나둘 업로드 해갈 수록 깨달았던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은 핑계였고, 사실은 내 편이 필요했던 것같다 ㅡ라는 걸 알게됐어요.
내 편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안전하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이렇게 안전함을 느끼다 보면, 나를 드러내고, 서로의 편이 되어주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하지는 않더라도 두렵지도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아직은 낯선 누군가가 단번에 알아봐 주기라도 하는 날이면 조금 당혹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편이라는 것은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잖아요. 날 선 긴장감은 반가움으로, 경계심은 안도감으로. 내 편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혹시나 이 레터를 보고 계시는 분 중 ‘내 편’이 필요한 분이 계신다면, 저는 언제나 여기에 있으니까요. 언제든 찾아와 주세요. 어디에서든 느슨한 연대감으로 만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랄게요.
든든한 아군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당신의 아군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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