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이 슬프게 들린다면 이것도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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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타고 흐르는 미적지근한 무언가에 눈을 떴다. 볼에 손을 가져다 대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악몽을 꾸었거나 슬픈 생각에 잠긴 채로 잠이 든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끔 아무런 이유 없이 울며 잠에서 깬다. 손등으로 볼을 슥 닦아냈지만, 베개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머리맡에 놓인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미처 전원을 끄지 못했는지 음악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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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한번쯤은 돌아봐 주겠죠
한없이 뒤에서 기다리면
오늘도 차마 못한 가슴 속 한 마디
그대 사랑합니다
나빠요 참 그대란 사람
허락도 없이 왜 내 맘 가져요
그대 때문에 난 힘겹게 살고만 있는데
그댄 모르잖아요
알아요 나는 아니란 걸
눈길줄만큼 보잘 것 없단 걸
다만 가끔씩 그저 그 미소 여기 내게도
나눠줄 순 없나요
비록 사랑은 아니라도
(…)
─ 홍혁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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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지막 배경음악. 그래서 나는 원곡보다 보이스 코리아에서 홍혁수가 리메이크한 <사랑합니다>를 더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주기적으로 듣거나 찾아 듣는 편은 아니지만, 플레이리스트에서 어쩌다 툭 하고 튀어 나올 때가 있다. 대개 그러한 방식으로 듣게 된다. 절대 먼저 틀지 않는 곡. 흘러나온다면 담담히 받아들이는 곡. 들으면 들을수록 차마 못한 말이 가슴 속에 응어리지는 곡.
요즘은 즐겨 듣는 노래에 따라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다음 곡을 재생해준다던데.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내가 정한 순서대로 듣기를 선호한다.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듣고 싶은 노래만은 제멋대로 선별하고 순서를 정해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노래를 속수무책으로 듣게 되는 상황도 있다. 거리에서, 한적한 카페나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종종 원곡 <사랑합니다...>가 흘러나온다. 노래를 부른 가수가 달라도 가사는 같아서, 어쩌면 이 노래는 내게 가사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어떠한 것을 잠깐 잊고 살 때가 있다. 그것이 노래가 될 수도 있고 상황, 감정 또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잊고 살던 것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하게 될 때의 당혹스러운 반가움이란 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들게 한다.
네가 떠난 이후로 이 노래의 가사가 꼭 내 얘기 같았다. 한없이 뒤에서 기다리면 언젠가 한번쯤은 돌아봐 주겠지. 넌 참 나빴고, 너 때문에 난 힘겹게 살고 있다. 흐르는 눈물처럼 소리 없는 그 말. 그러니까 차마 전하지 못한 그 말을 머금은 채……
한없이 기다리면 한번쯤 돌아볼 줄 알았던 너는 여태 돌아보지 않았다. 언제나 돌아보는 쪽은 나였고, 앞으로 네가 돌아볼 일이 있을까. 너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미래에서나 만날 수 있고. 뒤돌아 보아도 이제 너는 없는데. 나는 뒤를, 자꾸만 과거를 헤맨다.
사랑한다는 말이 슬프게 들린다면 이것도 사랑일까. 사람들은 심장이 금방 터질 듯이 쿵쿵 뛰고, 손과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머리가 새하얘지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하던데…… 나는 자꾸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원망하고 좌절하는 순간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은 너의 마지막 배경음악을 들었다. 왜 이 곡이 너의 마지막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만나면 물어 보고 싶은 말이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