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양갱의 《앙금한 마음들》입니다.
어제 서울은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바닥에 쌓인 눈은 뽀득뽀득거렸습니다. 사뿐히 걷고 싶어도 힘을 주지 않으면 미끄러져서 걸을 때마다 발목에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 넘어지지 않고 걷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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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쓰면 어떤 세계가 열릴까?
숲물결
이성혁
『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
『유영하는 마음들』
『마음 접질리기』
『내가 카페에서 들은 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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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그런 사람을 보았다. 아니 사실 새벽이다.
해는 비스듬히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아침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몰려오는 건 아침만이 아니었다. 눈을 뜨자 치통이 몰려왔다. 다시 잠들려 노력할수록 어금니가 아팠다. 침대에서 내려와 너무 차갑지 않은 물과 진통제를 먹었다.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다.
침대로 돌아와 다시 누웠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어금니의 고통만 있었다. 손을 위로 뻗고 안경을 찾았다. 안경을 쓰고 거실로 나갔다. 커튼을 살짝 치고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보통의 출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나둘 미끄러지듯 지하로 사라졌다.
거실 소파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벌써 일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잠들어서 치통을 잊고 싶었다. 고통스러웠다. 사랑니를 뺀다고 이렇게 아플 일인가 싶었다. 누가 사랑니를 wisdom tooth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혜도 없고 자비도 없다. 아랫니 모두가 조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었다.
소파에서 잠깐 잠들었다가 깼다.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다리가 살짝 저렸다. 건강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늘 다리가 아프고 두통을 달고 살았다. 다리가 아플 때는 풀리오로 마사지하고 압박 스타킹을 했다. 두통이 심할 때는 타이레놀과 애드빌을 번갈아 먹었다. 그래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나를 나아지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은 늘 나를 회복시켰다. 두통이 심했을 때도 마음이 아주 아팠을 때도 시간은 나를 원래의 나로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내가 보내온 시간의 결정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건가. 저린 다리를 만지며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봤다. 오늘 아침 그런 사람을 보았다.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원래의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봤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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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을 모아 서랍에 쌓아두고
넘칠 때쯤 꺼내어 종이에 엮습니다.
시옷과 리을 사이
박수진
『대체로 동그라미』
『지금 여기 그리고 오늘』
『나 너 그리고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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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우리 인사는
동굴 안에 앉아 있습니다.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파란 숲 뒤에 가만가만 숨어 있습니다. 기다립니다. 찰칵. 찰칵. 손잡이를 한계까지 돌리며 당겼다가 밀기를 망설이는 소리. 문이 열리면 외부의 소음과 책방에 틀어 둔 배경음악이 잠시 섞였다가 흩어집니다. 들어서는 이를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어요. 들릴 듯 말 듯 자그마한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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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출근’이란, 통상 복층 집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일입니다. 수면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선택한 복층 집. 하지만 아침마다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계단을 내려갈 땐 여전히 아찔합니다. 전기포트의 전원 스위치를 누른 뒤, 화장실로 가 물로 입을 헹구고 얼굴에 물을 끼얹습니다. 물이 다 끓으면 머그잔에 가득 따라 잠옷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요. 주섬주섬 빈속에 챙겨야 할 영양제와 따듯한 물로 속을 데웁니다. 찬찬히 물 한 잔을 비우고 나면 창문을 열어요. 밤새 멈춰있던 방 안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동안, 여기저기 자리한 식물 잎사귀를 매만집니다. 그리고 작업 책상에 앉아 안경을 쓴 뒤, 작업에 필요한 모든 기기를 깨웁니다.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비녀 전용 볼펜으로 머리를 바짝 틀어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나의 출근 루틴입니다.
고요한 공간에서 혼자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더러 있어요. 이따금 거래처로부터 오는 통화나 퇴고하며 혼잣말로 원고를 읊조리는 일 외에 딱히 ‘말’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무와 작업을 위해 선곡한 노래만이 방 안에 울려 퍼집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면 집 안의 모든 조명을 켜기 위해 돌아다닙니다. 종일 안경다리에 짓눌린 귀 뒤를 문지르고, 복층 계단 단차를 이용해 뻣뻣해진 몸을 풀어줍니다. 비로소 저녁이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오늘도 ’말’없이 하루가 흘러갔구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요. 헐. 나 오늘 또 한마디도 안 했다. 노트북을 닫으며 괜스레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혀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밖으로 나섭니다.
분명 이어폰으로 귀를 꽉 틀어막았는데 말이죠. 바깥 세계의 소음은 선이 확실합니다. 고막을 타고 선명히 흘러 들어옵니다. 둔탁한 현관문 소리. 동시에 문이 제대로 닫혔다는 걸 알려주는 도어락 알림음. 띵. 복도에 울려퍼지는 엘리베이터 도착 신호음. 건물 밖을 나서면 도로 위 자동차들이 너도나도 쌩하니 떠들썩거립니다. 간혹 날카로운 경적이 심장까지 건드리기도 하지요. 공원을 둘러싼 가로수 나뭇잎이 바람에 사락사락 흔들립니다. 그 소리가 봄여름엔 참 풋풋하게 들리는데, 어쩐지 가을 겨울엔 조금 쓸쓸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와 발걸음 따라 옷깃이 스치는 소리. 잠시 세상에 속해있다 듬뿍 느끼며 공원을 빙빙 돌고 돕니다. 등허리가 축축할 때쯤,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요.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순간, 적막은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고요와 평화라 느꼈던 것과 같은 공기입니다. 나는 이것을 딱히 고립이나 소외라는 단어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얼추 고만고만하게 느껴질 때는 어쩔 수 없다 마음을 얼버무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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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부터 일주일에 한 번, 많게는 두어 번씩 해방촌에 있는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던 찰나, 사장님의 제안에 넙죽 달가움을 표했지요. 책방을 오가는 길과 책방에 머무는 동안, 어쩌면 그저 평범할 수 있는 일상에 나만의 호흡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귀가 뜨이고 눈이 트이고 입이 떨어지는 순간들입니다.
요즘에는 ‘인사’가 몹시 쏠쏠합니다. 해가 바뀌었으니 또 새해에만 유효한 인사말이 있으니까요. 평소와 같이 ‘감사합니다’로 배웅하는 건 심심하더라고요. 계산한 책을 봉투에 담아 드리며 아홉 글자를 더합니다. 입술을 떠난 아홉 글자는 소리가 되고 반드시 소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소리와 소리가 마주하며 동굴 안에 울려 퍼지고 아주 반짝, 공기부터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매서운 한기를 뚫고 책방 바깥으로 나서는 이에게도 잠시나마 포근한 공기와 마음이 따라붙길 바라면서요. 오늘 내가 당신 품에 안겨드린 것은 책뿐만이 아니랍니다. 소곤거리면서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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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결 신간
『이전과 다르지 않다, 아마 미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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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슬픔은 이상할 정도로 무한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는 이상할 정도로 똑같거나 비슷한 모습을 한 부조리가 일어나고. 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상실은 백 년 후에 겪는 상실과 퍽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감각, 사유, 언어라는 시의 세 꼭짓점을 오가며 빚어낸 그의 시편들은 읽는 사람을 충분히 매료시키며 시의 안쪽에 오래 머물게 한다”는 평을 받으며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추성은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이전과 다르지 않다, 아마 미래도』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시점이 지나면, 어떤 문턱을 넘어서면 삶이 대단히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의 시간은 대부분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루는 여전히 하루로 이어지고, 감정은 익숙한 궤도를 따라 반복된다. 이 책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감각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중심으로 끌어와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자리를 차분히 되짚는다. 그렇게 추성은 개인의 일상, 감정, 사유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삶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제목에 놓인 ‘아마’라는 부사는 미래가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 대신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상태로 미래를 바라보는 넉넉한 시선에 가깝다. 우리는 여전히 이전과 다르지 않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은 채 살아가니까. 『이전과 다르지 않다, 아마 미래도』는 극적인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를 사람이 전하는 작은 고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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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디어마이리더 북페어 참가팀 모집
안녕하세요,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온 「2026 디어마이리더 북페어」입니다.
오늘부터 2026 디어마이리더 북페어에 함께해 주실 참가팀을 모집합니다. 첫 디어마이리더 북페어는 <더현대 서울>에서 4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진행됩니다.
다가오는 봄날, 1주일 동안 더현대에서 나만의 팝업을 열어 다양한 독자들과 마주할 창작자님들을 기다립니다.
디어마이리더 북페어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기억을 선사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화합을 응원하는 행사입니다.
친애하는 독자에게 우리의 문장이 가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출판사 및 독립출판 제작자들을 기대합니다. ⠀ ⠀ 📮 DEAR MY READER Bookfair
✔️ 행사 소개 행사일정 | 4월 2일(목) — 4월 8일(수) 7일간 행사시간 | 평일 10:30 — 20:00, 주말 10:30 — 20:30 행사장소 | 더현대 서울 B1 대행사장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 참가팀 모집 신청기간 | 1월 5일(월) — 1월 26일(월) 23:59 마감 모집인원 | 독립출판 제작자•출판사•책방 40여팀 참가조건 | 출판물 1종 이상 제작자, 행사기간 일주일 모두 참여 가능한 제작자 신청방법 | 아래 구글폼 신청서 접수 참가팀 확정 | 2월 2일(월) 개별 메일 안내
신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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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당신이 가진 스몰토크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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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는 어떤 상황을 잘 지나고 싶을 때, 타인과의 시간이 무료할 때, 관계를 좋게 이끌어가고자 할 때 등 다양한 생활에서 쓰이는 언어입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관계와 상황을 이어 나가는 일. 그 시작에는 늘 “스몰토크”가 있지요. 하나둘 모인 사람들이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회를 꾸리는 과정의 출발점이 바로 저희가 집중하려는 지점입니다. 그 귀한 장면과 문장을 직접 관찰하고자 스몰토크를 수집합니다.
시절에서 출간할 새로운 앤솔러지 기획의 일환으로, "스몰토크"에 관한 여러분의 이야기를 수집하오니 아래 링크를 통해 당신의 스몰토크를 기록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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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양갱은 여러분의 제안을 환영합니다. patyanggang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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