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많은 편수의 영화를 보았다. 아마도 마음 둘 곳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줄이고 상영관을 찾는 시간이 는 것이다. 눈에 많은 걸 넣는 것이 능사는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 영화를 틀고 영화관 맨 뒷자리에 앉는다. 좋은 이야기는 내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다. 고심 끝에 골라본 위 네 편의 영화는 이러한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도 오래 살아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 한 해가 보았던 76권의 책과 155편의 영화. 두 배수 가까이 차이 나는 수치를 헤아려본다. 문득 이동진 평론가가 어느 라이브 방송에서 말했던 영화와 책에 대한 비교가 떠오른다. 누군가 채팅창에 영화 감상이 책을 읽는 것만큼 교양과 지혜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지 물었고, 이동진 평론가는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영화는 술 같은 거고, 책은 물 같은 거예요. 책은 좋은 의미에서 우리를 차갑게 만들어주고,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우리를 뜨겁게 만드는데요. 그런데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겁니다. 그러니까 교양에 관한한 영화는 책을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의 속성 자체가 물 쪽에 가깝기 때문에.”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물보다는 술을 가까이한 한 해를 보낸 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포스터는 제법 뜨거운 느낌이고, 올해의 책의 표지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다. 하지만 그 안에는 차가운 금속을 다루고 타인의 삶을 조용히 바라봐야만 했던 서늘한 시선이 있고, 나와 내가 시간의 경계를 허물며 주고받은, 스승과 제자가 죽음을 사이에 두고 나눈 따뜻한 편지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한 해를 보냈나요. 지난해는 진작에 보내주고 이미 2026년으로 성큼 나아가고 있나요. 지난해 당신은 무얼 보고 무얼 읽으며 지내왔나요. 올해 당신은 무얼 바라보며 한 해를 지내고 싶은가요. 숫자보다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2026년이기를 바랍니다. 조용히 들여다보면 수치화될 수 없는 삶이 있다.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