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안 되는 계획 중 그 무엇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이루지 못한 것에 낙심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차라리 패착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일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현재의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묘책일 것입니다. 낙심보다 낙관이 낫다고 주장하는, 이루지 못한 계획에 관하여 합리화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를 잠깐이나마 톺아보고 있자니 출판사 결에서 준비 중인 신간을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미래를 어떻게 여기시나요? 미래라는 단어가 놓인 자리에 어떤 단어를 대신하여 두고 싶나요. 설렘이나 불안. 기대나 두려움. 저는 모순적이게도 상반된 단어들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어쩌면 어느 것 하나 쉽게 산정할 수 없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이겠지요. 미지의 세계. 그렇기에 설레면서 불안하고. 기대되며 두려운. 미래니까. 앞으로 어떠한 세계가 내게 들이닥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흔히 어떤 시점이 지나면, 어떤 문턱을 넘어서면 삶이 대단히 달라질 거란 기대를 쉽게 품습니다. 가령, 한 해가 바뀔 때나 시험을 통과했을 때. 그러한 분명한 사건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특별한 순간이 평범하게 여겨질 때에는 분명함과 특별함이 익숙함이란 궤도로 합류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기대한 미래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재가 된 것이지요.
출판사 결에서는 추성은 시인의 첫 산문집 『이전과 다르지 않다, 아마 미래도』를 준비 중입니다. “감각, 사유, 언어라는 시의 세 꼭짓점을 오가며 빚어낸 그의 시편들은 읽는 사람을 충분히 매료시키며 시의 안쪽에 오래 머물게 한다”는 평을 받으며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추성은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감각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중심으로 끌어와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자리를 차분히 되짚습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 사건은 무엇일까요. 추측하건데, 신춘문예 당선. 그러니까 등단이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많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문단에 첫발을 내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합니다. (물론, 등단이란 제도 밖에서 독립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훌륭한 작가들도 많습니다.) 아마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등단을 목표로 할 만큼 등단은 쓰는 사람에게 일종의 등용문과 같고, 나의 쓰기에 관한 확인 행위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등단을 하여도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그런 예감이 현실이 되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아마 미래도” 그럴 것이라는 조금은 비관적이고, 어쩌면 낙관적인 생각. 그런 생각이 한 시인을 이토록 쓰게 만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단순히 시인이라는 존재나 시에 관한 이야기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삶이 대단히 달라질 거란 기대를 쉽게 품는 우리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곧 한 해가 끝이 납니다. 새로운 해가 찾아들면 언제나 그랬듯 이전과 다른 미래를 그려보겠지요. 그러나 아마 큰 변화 없는 일상이 이어질 것입니다. 아마.
그래도 저는 ‘아마’라는 부사에 희망을 걸어보겠습니다. 이 희망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상태로 미래를 바라 볼 수 있는 넉넉한 시선이라 믿으면서요. 우리는 여전히 이전과 다르지 않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은 채 살아가니까요.
그럼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출판사 결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26년도 무탈하십시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판사 결 대표
김규열 올림.
출판사 결 2026년 첫 책
출간 예정작
추성은 산문집. 『이전과 다르지 않다, 아마 미래도』